정은정, [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2014), 따비(총 288페이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대게 같이 발라먹어야 한다던가 아니면 닭 같이 뜯어 먹어야 한다던가 하는 음식이다.
닭은 대게 보다는 먹기 쉬운 편인데......
그래도 즐기지 않는 이유가 있다,
(물론 있으면 잘 먹는다. 아니면 순살이라던가.)
군대 있을 때 치킨이 반찬으로 나오면 조리병이 제대로 못해서 도저히 먹을만 하지 않게 나왔다.
대신 닭백숙은 잘 나와서 좋아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후라이드 치킨'이라는 오늘날의 주류 '치킨'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이 책에서 나오듯 대학입학전까지 먹었던 치킨은 나의 경우 주로 '전기구이통닭'이었다.
30년전까지 부산 남포동에 유명한 집이 있었는데 상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입학후에도 '치킨'이라기 보다 녹두거리 시장통에 있던 [화랑통닭]에서 사먹었던 통닭만 생각나는데......
(사먹었다기 보다는 선배들이 사온 통닭이었다.
특히 선거 때 선거운동원 사먹일려고 사과박스에 가득채운 닭이 기억난다.)
예전 실험실 선배가 한 '분석'이 있다.
관악에 배달음식이 성행하게 된 시기는 '1차 BK21 사업'이 시작되던 1999년인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가 지급되어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자
다를 'PCS폰' 하나씩 장만해서 언제 어디서든 배달음식을 시키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배달음식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점포를 보면서 지금까지 '왜 저런 듣보잡 프랜차이즈를 할까'
혹은 '개인가게를 하는게 나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도대체 하루에 얼마를 팔아야 먹고 살 수 있을까' 등등의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이 책을 읽고 해결할 수 있었다.
'후라이드치킨'이라는 프랜차이즈 업종의 전반적 구조를 '기득권층'에 속하는 독과점기업 [하림] 및 대기업 [BBQ]와
'을'도 아닌 '병'/'정'에 속하는 가맹점주 및 계약농가의 '일방적'일 수 밖에 없는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정은정 선생의 글솜씨에 재미있는 내용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읽어갔다.
하지만 서문에 언급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세월호의 치킨'과 같이
이 땅에 사는 닭뿐만 아니라 '불행한 닭'을 잡는 사람들의 '슬픈 삶'을 느낄 수 있어서
'허탈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참고가 되었다.
이제 열심히 돈모아 3~4억원 만든 뒤 치킨명문이라는 [BBQ치킨대학]에 입학하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2018년 5월 2일 페이스북에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