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2017), 스마트북스(총 288페이지)
[백종원의 골목시장]을 보다보면 백종원이 맛을 극찬하는데도 불구하고 파리 날리는 집이 간간히 나온다.
어찌보면 시험기간에 책은 열심히 보는데 성적은 안 나오는 타입이라고나 할까.
얼마전 나왔던 인천 텐동집 사장이라던가,
해방촌에서 나온 횟집 사장이라던가 노력은 하지만 실제 손님은 오지 않는다.
마치 물리시험에 나오는 열량은 잔득 들어가지만 일은 제로인 상황이랄까.
이런 곳도 백종원이 가서 ‘평균적인 일반인’이 좋아할만한 가게로 바꿔주면
방송후 대박이 난다는 이야기이다.
이모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동네 가게가 망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으로서
자영업 내부의 이야기를 많이 알지 못했다.
권리금이 뭐고, 마진이 대략 얼마이며, 승부를 걸 수 있는 기간 등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은 블로거로 유명한 저자가 본업인 영업사원을 하면서 마주치는 가게들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조사하여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가 거창하게 대학원에서 학문을 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말 자체나 논리에서 어려운 경영학이나 입지론 이론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블로거이기 때문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글에 나오는 일종의 성공담에 대해 업체명을 마스킹을 했지만
다들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을 예시로 서술하여 보다 친근하게 읽히기도 한다.
(적어도 내가 며칠만에 읽은 것을 보면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에서와 같이 ‘소비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지만
후반부에서 읽을 수 있듯이, 지금까지 적으로 생각했던 ‘임대인’을 공격하기 보다는
실제 이 책을 읽을만한 ‘임차인’인 자영업자의 반성을 요구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없이 유행에 따라 움직이는 자영업자, 낙관적인 희망사항을 전망으로 착각하여 준비없이 뛰어드는 초심자,
법적 근거도 없는 권리금 장사를 하기 위해 아무 업종이나 뛰어드는 자영업자를 가장한 투자자 등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자영업의 세상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동네 가게가 망하면 우울해졌던 나에게
오히려 망하는 것이 건전한 상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으로 시장을 다시 보게 되었다.
소비자로서 발전할만한 가게를 선별하여 소비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윈-윈 게임’이 되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얻었다.
건전한(?) 소비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2018년 9월 13일 페이스북에서 작성>
J. Kenji Lopez-Alt, [The Food Lab: 더 나은 요리를 위한 주방 과학의 모든 것!](2017), 영진닷컴(총 960페이지)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31455625
개인적으로 보통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분석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맛을 분석할 때는 회사에서 제제팀에서 처방한 제제의 맛을 볼 때가 전부였다.
맛이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과 철학(?)이 섞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여
어떤 음식점의 음식도 요리사의 의도에 의해 맛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로 '내 취향에 맞다 아니다'만 판단했다.
요즈음 내가 항상 챙겨보는 예능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SBS의 [백종원의 골목식당]인데 이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맛이 없는' 음식이나 식당이 있구나라는 점.
그래서 맛에 대해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에 요리책을 보기로 했다.
내가 요리를 직접할 목적이 아니라 왜 이런 맛이 나오는지 궁금했던 점을 풀기 위해 책을 찾았다.
볼만한 책을 검색해보니 [사이언스 쿠킹], [요리는 화학이다], [냠냠학 개론] 등 꽤나 많이 나온다.
인터넷에서 서평을 찾아서 고르기로 하고 검색하다가 한 블로거를 찾았다.
정신우 셰프의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vione77
여기에 요리책에 대한 서평이 꽤 많이 나와서 댓글을 질문을 했다.
그래서 [The Food Lab]이라는 책을 추천받아서 구입했다.
(서평 쓰면서 검색해보니 이 분이 그래도 꽤 유명한 셰프인 모양이다.
작년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도 했는데 얼마전부터 암이 재발하여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계 미국인인 Lopez-Alt가 Serious Eats라는 사이트에 계란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The Food Lab"이라는 동명의 연재를 모아 놓은 책이다.
미국인들이 주로 먹는 요리로 파트를 나누어서 기술하고 있다.
Part 1. 달걀과 유제품
Part 2. 수프와 스튜
Part 3. 스테이크와 찹, 닭, 생선
Part 4. 채소
Part 5. 분쇄육
Part 6. 닭, 칠면조, 소갈비
Part 7. 파스타
Part 8. 샐러드
Part 9. 튀김
각 파트에서 요리의 기본 지식, 재료 손질 및 전래 기술에 대한 의문 해결을 초반에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갖가지 실험을 설계하여 '불문율'로 전례되는 기술의 진위를 밝히고 있다.
이후 실전으로 각각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초보자가 보기 쉽다고 생각한다.
마치 구성이 [수학의 정석]과 같다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레시피를 보면 초반에 강조한 기술을 일종의 '블럭'화 하여 '벽돌쌓기'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실제로 copy & paste인 것 같긴한데......)
한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PASCAL이 유행(?)하던 시절의 '객체지향프로그래밍'과 같은 '모듈화'라고나 할까.
덕분에 요리는 몇 가지 기술의 조합이라는 인상이 들어서 좀 더 쉽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덕분에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한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과학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실험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유기합성에서 각 실험실별로 특색(?)이 존재한다.
선호하는 solvent나 base, acid 등등 많은 부분이 실험실에서 전례되는대로 수행하여 실험실별로 특징을 만든다.
반응이 잘 되지 않았다면 조건을 탐색해서 최적의 조건을 찾지만
대부분 잘 진행되는 반응은 옛날에 갔으니까 조건탐색 없이 이번에 적용하고,
이번에도 잘 진행되니 이후에도 쓴다.
최초에 교수가 선호한다던지 아니면 실험실에 많이 있는 시약이라던지 등등의
전혀 비과학적인 이유로 정해진 것이 전통으로 계승(?)된다.
그런데 저자는 최적의 조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변수를 나열하고 이에 따른 실험을 설계한다.
그리고 결과에서 결론을 도출하고
원하는 결론을 얻을 수 없는 실험에서는 다른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에서 배울점이 많았다.
(저자가 설명하듯 MIT에 입학하여 생물학 실험실 인턴을 하다가 요리의 길로 들어갔으니 당연하지 모르겠다.)
이 책의 역자들의 노력으로 많지는 않지만 재료 분류나 법령에서
미국과 우리 나라 사이의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경우
차이를 편집자주로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가 쉬운 점도 초보자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본인 같이 양식의 메뉴를 봐도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재료와 기구를 익히기 위해 따로 검색하고 각 레시피를 머리에서 시뮬레이션 하는데 시간이 많이 드는 책이다.
(물론 Serious Eats에 가면 레시피에 대한 동영상 들이 있어 이해가 쉽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국사람이 쓴 책이다 보니 내가 평생 몇 번이나 먹을지 모를 미국음식 중심이다는 점이다.
(물론 패스트푸드는 좀 먹겠지만......)
청요리나 일식 등 동양음식에 대한 비슷한 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텍스를 제외하고 929페이지의 책을 읽는데 저자의 미국식 위트가 지루하지 않게 많이 도와준 듯하다.
레시피나 실험에서 번역이 잘못된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누가 봐도 실수로 보이는 부분이라 원래 내용을 유추하는게 가능하다.
덕분에 요리에 대한 이해도를 많이 늘린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전에 언급했듯 음식을 먹을 때마다 불평하게 된다는 단점도 얻게 되었다.
<2018년 9월 6일 페이스북에서 작성>
유재수, [다모클레스의 칼 - 금융위기: 탐욕, 망각 그리고 몰락의 역사](2015), 삼성경제연구소(총 533페이지)
올해 읽은 21권째 책. 일주일에 한 권 읽기 힘들구나.
이 책은 전에 소개했던 같은 저자의 책인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 – 역사를 만든 경제정책 결정자 18인의 영광과 좌절](2013)의 후속작 같은 책이다.
전작이 인물 중심으로 경제적 사건과 정부의 대응을 기술했었다면
이 책은 경제적 사건을 중심으로 하여 그 발단 및 정부의 대응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의 시작은 금융위기의 시초라고 평가되는 화란의 1634년 ‘튤립 버블’부터 시작하여
2008년 금융위기와 이에 대한 2014년까지의 대응을 그리고 있다.
많은 경제적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책 내용의 대부분은
저자가 세계은행에 파견 갔던 2010년에서 2013년간 미국 현지에서 접한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수습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작을 소개할 때 이야기했지만 저자는 현재 여당 소속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으로 이른바 ‘관’에 있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의 대부분은 위기의 발생에 대한 분석과
이에 대한 정부 내지 중앙은행의 대응에 대해 다루고 있다.
1866년 영국의 오버런드거니(Overend, Gurney & Co.)의 파산 이후
최종 대부자 역할시 중앙은행이 지켜야할 기준인 ‘배젓 법칙(Badget’s dictum)',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이후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겸업을 금지한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감시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2010년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 등
정부 혹은 중앙은행을 통한 시장의 통제를 강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인 “역사로부터의 교훈: 금융위기 대응 전략”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위기 발생시 정부에서 통제 불가능한 정도로 규모가 큰 금융회사의 출현을 경계하는 의견을 비추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IMF의 이창용은 추천사에서 저자를 약간 ‘디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사에 ‘디스’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라……)
이와 더불어 금융규제가 ‘전문’인 저자의 시각으로 씌여진 책이라서
많은 경제위기를 ‘금융’에 한정해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좀 아쉽다.
물론 한정된 지면에 많은 내용을 쓸 수 없기도 하겠지만
대공황의 원인이 아직 ‘오리무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당시 ‘산업전반’에 대한 상황정리를 빠뜨린 것은 아쉽다고 생각된다.
이런 아쉬움은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터질 무렵의 경기하강국면에 대한 설명의 부재에서도 나타난다.
전작과 같이 이 책 역시 저자의 글솜씨에 탄복이 절로 나온다.
물론 미국에서 귀국 이후 퇴고한 책이라서 그런지
간간히 내용의 오류와 좀더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빠진 곳이 보이기도 하지만.
(물론 전작도 주요 사건의 일자가 틀린 부분이 몇군데 있기 했었지만……)
올해로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다.
그리고 ‘주식쟁이’ 입장에서 작년까지의 ‘반등기’에서 이제 ‘변곡점’에 들어온 시점이라고 보이는 현재에
지난 시절의 금융위기의 원인과 시장의 대응을 다시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PS 1. 개인적으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혹은 ‘가상증표’에 ‘믿음’이 가지 않는데,
이것은 일종의 ‘금태환지폐’를 고집하던 사람들이
‘금본위제 포기’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것과 같은 상황인 것인가?
PS 2. MB가 한 때 파산직전의 리만브라더스를 인수하려고 했었는데
그때 4대강이나 자원외교 안하고 인수했으면
‘세계경제의 구원자’로 영원히 남지 않았을까??!
상상하니 좀 끔찍한데......
PS 3. 위기의 고통을 ‘굻고 짧게’ 끝내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가늘고 길게’ 끝내는 것이 나은가?
2008년 금융위기가 ‘종식’될 기미가 안 보이니 ‘한 세대의 고통’으로 끝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2018년 7월 25일 페이스북에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