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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5. 19:38

호드 립슨(Hod Lipson), 멜바 컬만(Melba Kurman), [3D 프린팅의 신세계 - 미래를 바꿀 100년 만의 산업혁명(Fabricated : the new world of 3D printing)](2013), 한스미디어(총 484페이지)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59755455

 

3D 프린팅의 신세계

『3D 프린팅의 신세계』는 경제, 산업, 디자인, 건강...

www.kyobobook.co.kr

 

얼마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오늘 다 봤다.
어릴적부터 내가 싫어한 책의 장르가 몇 가지 있다.
소설을 가장 싫어했는데 그중에서도 공상과학소설을 가장 싫어했다.
물론 미래학자들이 쓰는 글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현실분석부분은 볼만하니 감수하고 본다.
(그렇다고 미래학자들의 글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상과학소설의 경우 어디까지가 현실에서 구현된 기술이고 어디부터가 '허황된 공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서 읽을 마음이 나지 않았다.
이런 것을 보느니 차라리 [불타는 싸리골]과 같은 반공소설을 보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얼마전 회사에 책이 한 권 돌기 시작했다.
사장님께서 젊으셔서 그런지 좀 엉뚱하면서도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신 분이시다.
그런 사장님께서 연구원들 돌려가며 보라고 책을 몇 권 사주셨다.
호드 립슨, 멜바 컬만, [3D 프린팅의 신세계 - 미래를 바꿀 100년 만의 산업혁명], 한스미디어(2013)

아무리 요즈음 대세라고 하지만 사장님께서 무리(?)하시는 것 같아보인다.
(게다가 얼마전 회의에서 그냥 호기심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쩝.)

개인적으로야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오너의 지시이므로 슈퍼乙의 입장에서는 볼 수 밖에 없다.
다 보고난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3D 프린팅의 기술이나 발전방향에 대해 막연한 지식을 구체화시켜서 알려주어서 '단순한 기계'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기술이 부제와 같이 '미래를 바꿀 100년 만의 산업혁명'으로 인식되지 시작했다.
(사실 '산업혁명'은 과소평가한 용어라고 보여진다.)

이 책을 보고 놀랐던 점이 많이 있었지만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학부시절 경호형과 같이 건축학과 사람들과 놀던 시절 놀랐던 것이 있었다.
놀랐기 보다는 부러웠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경호형과 작업실이라는 곳을 갔다.
말그대로 작업실이었다.
학생들 몇 명이 돈을 모아서 공간을 빌려서 작업실로 만든 것이다.
당시 갓 펜티엄이 나왔던 시절이라서
엑셀은 물론 AutoCAD도 성능이 허접하던 시절이라서 모두 각자 제도를 할 수 있는 작업대를 설치한 공간이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건축사무소 같은 느낌의 공간에 들어가본데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청학동에서 서울온 시골촌놈도 아니고 그런 것에 흥분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때 내가 흥분한 것은 화학과 같이 거대한 장치가 없이는 할 수 없는 학문을 하는 입장에서 회사에서 하던 일을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집에서도 모델도 만들고, 설계도 하는 모습이 학교에서만 실험할 수 밖에 없는 나에게는 흥분할만한 일이었다.
(물론 개인이 집에다가 실험실 차릴 수 있겠지만 재수없으면 히로뽕 만든다고 신고당할 수 있다. 쩝.)

3D 프린터는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아직 보편적으로 집에서 합성이나 기계 공작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므로.)
대량생산체계에서 거대자본에 의해 독점된 제품생산을 할 수 있는 '권력'이 3D 프린터라는 생산도구가 개인들에게 보급되면 '권력'이 개인에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배'된 '권력'을 국가 내지 자본은 어떠한 방식으로 '통제' 혹은 '권력'을 가진 개인 간을 어떻게 '조율'할지 
현재의 내 머리로는 떠오르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공간과 authenticity의 문제이다.
얼마전 케이블TV에서 하는 [짱구는 못말려]를 봤다.
그중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어린 자식이 있는 부모의 고민이 나왔다.
애들이 어릴 때 유치원 내지 학교에서 만든 작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짱구아빠는 디카를 사와서 찍고 실물을 버릴 생각을 했지만, 짱구엄마는 실물을 할아버지집으로 보내버렸다.

3D 프린터가 보급된 시대에서는 이것저것 집에서 찍은 것들이 늘어나서 '공간'에 대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공간포화'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없애는 수 밖에 없다.
이 때 등장할 문제가 authenticity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3D 프린터와 도면만 있으면 언제든지 찍어낼 수 있으므로 물건을 폐기해도 문제가 없겠지만, 폐기 후 다시 찍어 내면 처음의 original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화학적이나 물리적으로 original과 다름이 없겠지만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에서 이것을 original로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이런 비슷한 문제는 20여년 전부터 많이 이야기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공각기동대]에서 언급하는 디지털 정보의 authenticity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두 가지의 문제 외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
게다가 막연하게 지레짐작했던 것들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얼마전 TV에 나온 3D 프린터로 찍은 총도 개인적으로는 부품을 각각 찍어서 내서 조립했다고 생각했지만 조립을 안해도 되게 모든 것을 찍어냈다는 것이다.
기어와 같이 동작할 때 떨어져있어야 하는 것은 지지할 수 있는 물질을 같이 찍어서 나중에 제거해서 조립없이 총을 만들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만 놀랬을 수도 있다. 쩝.)
물론 많은 정보를 주고 있지만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3D 프린터가 보급되는 사회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되어진다.
오늘날 100만원도 되지 않는 3D 프린터가 시판되었지만 이책에서 이야기하는 '허황된 공상'같은 활용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도 분명 언젠가는 오게 될 현실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앞에서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은 과소평가된 표현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사실 자본이라는 권력이 있던 자본가를 중심으로 사회가 재정비된 산업혁명과는 달리, 3D 프린터는 자본이라는 권력이 없던 개인에게 권력이 분배되는 셈이므로 '산업혁명+프랑스혁명' 정도의 파급력이 아닐까 싶다.
현재의 내 머리에는 거기에 걸맞는 정치이론은 '무정부주의' 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싹튼다.

 

<2013년 11월 15일 페이스북에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