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68)
FreeBSD (1)
Stock (33)
ThinkPad, etc. (27)
Drama, Movies, etc. (42)
FDA Approvals (25)
Books (4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9. 7. 5. 19:00

[인물로 보는 일본] 시리즈(1994),도서출판 혜안

인물로 보는 일본 1) 혜안기획실 편, [제국흥망의 연출자들](1994), 도서출판 혜안(총 272페이지)

http://www.yes24.com/Product/Goods/179535

 

제국흥망의 연출자들

 

www.yes24.com

인물로 보는 일본 2) 김현숙 등, [일본경제의 선구자들](1994), 도서출판 혜안(총 278페이지)

http://www.yes24.com/Product/Goods/179519

 

일본경제의 선구자들

 

www.yes24.com

 

추석연휴에 두 권의 책을 보게 되었다.
1994년 경에 출판된 시리즈인 [인물로 보는 일본](도서출판 혜안) 시리즈이다.
이 책을 기획하던 당시에는 아주 장대하게 계획한 모양이다.
책 뒷면에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 대해 예고해 놓았는데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사상, 문화, 과학 등 근현대 일본을 대표할만한 인물들을 다 살펴볼 모양이었던 것 같다.
내가 위와 같이 말하는 투로 이미 느꼈겠지만 장대한 기획의도에 비해 인기가 없었던지 단 두 권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첫번째가 정치분야의 8인을 소개한 [제국흥망의 연출자들]이고, 두번째가 경제분야의 9인을 소개한 [일본경제의 선구자들]이다.

 

각각의 책에 소개된 인물은 아래와 같다.

[제국흥망의 연출자들]
1.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한국침략을 주장한 메이지유신의 거인
2.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유신정권의 관료정치가
3. 메이지천황(明治 天皇): 제국의 영광 그 상징
4.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일본입헌제의 확립자/한국침략의 원흉
5. 오쿠마 시게노부(大隈重信): 입헌정당을 정치무대에 올린 '오뚝이' 대중정치가
6. 하라 다카시(原敬): 일본 최초의 평민 재상
7. 고노에 후미마로(近衛文麿): 대동아 공영권을 꿈군 귀족 정치가
8. 도조 히테키(東條英機):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일본경제의 선구자들]
1. 이와사키 야타로(岩崎弥太郎): 미쓰비시 왕국의 창업자
2.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 무기 매매로 부를 쌓은 죽음의 상인
3. 야스다 젠지로(安田善次郞): 은행왕국 야스다 재벌의 건설자
4. 아사노 소이치로(淺野總一郞): '모든 폐품의 상품화'로 출발한 시멘트왕
5. 가네코 나오키치(金子直吉): 환상의 종합상사 스즈키상점의 경영자
6. 이케다 시게아키(池田成彬): 최대 재벌 미쓰이를 개혁한 경영자
7.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栄一): '한 손에는 논어, 한 손에는 주판'-일본경제의 아버지
8. 마쓰카타 마사요시(松方正義): 근대 일본 재정의 확립자
9. 다카하시 고레키요(高橋是清): 일본경제를 공황에서 구한 일본의 '케인즈'

 

이 중에서 관심있게 본 인물이 몇 명 있다.
정치에서는 메이지 유신으로 잘 알려진 메이지천황이다.
메이지시대에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대극을 보게 되면 메이지 천황은 잘 나오지 않는다.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 등 일본의 팽창주의가 시작되던 시기인지라 이후 태평양 전쟁에 대한 천황의 책임 여부로 불거질 우려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어떤 능력의 소유자인지 궁금했었다.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어중간한 능력을 가진 교수가 똑똑한 대학원생 하나 받아서 실험실에 대박을 터뜨린 것 같은 상황인 것 같다.
메이지 천황의 능력은 별 것 없어보이는데 시대를 잘 타고 나서, 당시 많은 영웅들 때문에 덩달아 유명해진 케이스로 보인다.
너무 폄하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대라는 '용의 등'에 올라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청일/러일전쟁의 개전에 대한 태도에서 영웅으로 불리기에는 2% 정도 부족한 것 같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경제분야의 다카하시 고레키요인 것 같다.
이 인물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드라마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2009)에서 러일전쟁 때 유럽에서 전쟁을 위해 외채를 모집하는 일본은행 부총재로 등장했다.
사실 일본에서도 다카하시는 잊혀진 인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잊혀진 인물을 다시 주목 받게 만든 것이 아베 정권의 아소 다로(麻生太郎) 재무상이다.

한창 엔저 정책을 펼때 그가 다카하시에게서 교훈을 얻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https://matome.naver.jp/odai/2135685758848894801

 

平成の高橋是清 麻生財務大臣 - NAVER まとめ

平成の高橋是清 麻生財務大臣のまとめ

matome.naver.jp

 

이번에 다카하시에 관한 글을 읽고 참으로 파란만장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일단 막부말의 어용화가의 사생아로 태어나 하급무사 집안에 입양되었다.
그후 영국상인 밑에서 일을 하면서 영어를 배워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하지만 사기를 당해서 노예로 팔려갔다가 2년만에 일본으로 돌아온다.
덕분에 유창하게된 영어로 대충 살다가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쫄딱 망하기도 하고......

하지만 젊은 유학파들 때문에 영어로 먹고 살 수 없게 되자, 정신을 차리고 일본은행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면서 금융계에 투신하게 되었다.
그 뒤로 일본 경제의 기반을 닦게 되어 나중에는 일본은행 총재가 된다.
이후 정계에 입문하여 대장대신을 7번이나 역임하게 되어 쇼와시기의 경제를 운용한다.
7번 대장상을 역임하면서 1927년 금융공황과 1931년 쇼와공황을 헤쳐나갔다.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공황을 극복하는 것은 왠만한 사람으로는 힘들 것인데......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면서 습득한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성격과 외모로 인해 '달마대신(ダルマ大臣)'이라는 별명으로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인기의 비결 중에 하나는 정당인이면서도 정당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인지 당파적인 활동을 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더 좋아했다고도 한다.
어쨌든 나중에 총리대신의 유고로 후임 총리를 맡게 되는데 역시 정치적 감각이 떨어져서 7개월만에 단명하고 만다.

이후 말년에 다시 대장상으로서 쇼와공황의 뒷처리를 위해 일을 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군국주의가 팽창하던 시절이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지출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국방비를 삭감해야하는데 군부에서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1936년 2.26 사건으로 암살당하고 만다.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인물이라고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해결하기 어려운 공황을 두 개나 넘은 것은 일생을 낙천적으로 살아온 그의 성격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 호방함은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는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위의 두 권은 거의 비슷한 시대, 즉 막부말에서 태평양전쟁 종전까지를 살아온 인물을 중심으로 쓰여져있기 때문에 시대상을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덕분에 일본근현대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초심자에게 입문서로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인물의 일대기로 시대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흥미유발도 성공적인 책인 듯 싶다.
좋은 시리즈가 시작하자마자 망한 것이 아쉬울뿐이다.

 

<2013년 10월 3일 페이스북에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