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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8. 00:05

지난 주말부터 회사가 추석 연휴에 들어가서 쉬고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벼르고 있던 일을 하려고 학교를 나섰다.

일단 알뜰폰으로 번호를 파려고 관악우체국으로 갔다.

일을 끝내고 청소후 고장난 선풍기를 고치기 위해 장승배기로 향했다.

 

요즈음 동네에서 전파를 찾기 힘들다.

수원에서 전파사로 인터넷 검색하면 몇 군데 나오지도 않고 게다가 집에서 멀다.

관악구에서 찾아도 3~4군데 밖에 나오지 않는데......

('인스턴트시대' 혹은 '패스트 패션 시대'라서 당연한건가......)

 

그러던 중 Naver blog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되었다.

http://blog.naver.com/esoang?Redirect=Log&logNo=220517134728

 

서울 전파사 가전제품수리 맥가이버를 소개합니다. 독일 벤타에어워셔 AS

A/S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있는 요즘 A/S 안되는 제품 고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ㅠㅠ 바로 전파...

blog.naver.com

 

신림역 주변에도 몇군데 검색은 되는데 연휴전이라서 문을 열지도 몰라서 

나이 드신 분은 다른데 가실 확률이 낮으니 문을 열 확률이 높은 것 같아서 장승배기로 갔다.

물론 경험이 많은 분이 빨리 고치기도 하겠지......

 

시장통 중간쯤에 있다보니 찾기 조금 힘들었다.

(어떤 골목인지 잘 몰라서 헤메었다.)

들어가니 블로그에서와 같이 할아버지 한분이 앉아계셨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선풍기를 전류계에 꽂으셨다.

합선이 되었는지 전류계의 퓨즈가 바로 끊어져버렸다.

(본인이 직접 만든 전류계라고 하시는데......)

분해를 해보니 예상외로 문제는 크지 않았다.

내가 조립하면서 잭 두개를 연결시킬 때 220 V 회로가 아닌 110 V 회로에 연결시켜서 생긴 문제였다.

잭을 제대로 연결하고 작동시키니 정상이 되었다.

퓨즈 값이라고 3천원을 받으셨다.

(퓨즈 값치고는 비싼 것 같은데...... 공임료도 있으니......)

 

물건을 받아들고 수원에서 왔다고 하니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라고 잡으셔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지금 가게가 자기 집이다보니 계속하는 것이지 남는게 없어서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갖가지 수리를 의뢰하는 물건들의 사연 이야기.

(위의 블로그글 이후 여기저기서 물건들고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사연있는 물건을 들고 오는 나이든 분들이 많다는데......)

휴대폰 카메라 모듈 연구원인 아들 이야기 등등.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

80년대까지는 전파사를 하면 협회에서 제품가의 10% 정도는 받아도 되는 것처럼 가격조정(?)을 해서 

상당히 많이 벌 수 있는 직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각 기업의 AS센터가 생기면서 기업의 '제복'을 입은 AS기사와 경쟁관계가 되었는데 

억울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개인 전파사하는 기사들이 수리비 2~3만원 요구하면 어떻게든 깍으려고 하는데

'제복'입은 기사들이 같은 것 고치고 더 비싸게 요구하면 부르는데로 주는 세태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때도 '브랜드파워' 혹은 '간판'이 중요했던 모양이었다.

 

40분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오려는데 자신의 명함을 주시면서

전기기기가 고장나서 난처할 때 전화하면 조언을 해주겠다고 하신다.

(택배로도 수리를 받으신다는데......)

 

선풍기도 잘 돌아가고 좋은 곳을 알게 되어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2016년 9월 12일 페이스북에서 작성>

 

<2020년 7월 18일 덧붙임>

이 전파사에 고칠게 있어서 간다간다 하면서 못 간지 4년이나 지났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로드뷰에도 아직 같은 상호의 간판이 보인다.

영업을 계속하는지 간판도 새것으로 바뀌었는데 같은 분이 하시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휴가때 시간되면 한 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