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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28. 16:58

몇 년전 이나영의 팬인지라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 이후에 거의 다본
우리 나라 드라마였다.

사실 멜로물은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중에 박신양과 이동건과의 뭔가
'세력다툼'이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봤지만
역시나 그냥 멜로물로 끝나버렸다.

요즈음 50%에 가까운 시청율을 보이면서 방영이 되었는데
그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큰 것이 박신양의 '닭살'이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IMF이후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몇 년뒤 어느 정도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는 듯했지만
김대중 정부의 미래를 담보로한 소비지향책으로 인해
오늘날 더욱더 큰 좌절만 느끼게 되었다.
뛰어봤자 지옥이잖아!

그간 여러가지 탈출구를 사람들은 찾았다.
그게 경제적 영역에서 탈출구 찾기의 거듭된 실패로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뭐 말하자면 '탈출구'를 찾기보다는
'도피처'를 찾는 것이었지만......
그 '도피처'의 대명사가 '월드컵'이 아니었는지......

이러한 이유가 '파리의 연인' 흥행성공의 모티브가 된것 같다.
이 드라마에서 박신양과 김정은의 경제적 상황과
문화적/교육적 상황 모든 것이 정반대로 철저히 설정되어있다.
박신양은 유명 메이커의 옷, 차, 전자기기, 집 거기다
일류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백마탄 왕자'이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너덜너덜한 옷, 자전거, 한물간 전자기기,
옥탑방, 그리고 번듯하지 못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신데렐라'일 뿐이다.
경제적 승자와 패자의 대비이다.

같은 형제 사이인 박신양과 이동건 역시 이러한 설정의 연장이다.
같은 집안이라하더라도
박신양은 모든 경제적 요건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상류문화'를 향유하는 계층인데 반해
이동건은 경제적 능력이 전무한 '룸펜'인 '하류문화' 즐기는
계층일 뿐이다.

경제적 패자인 김정은은 여러 난관을 거치면서
경제적 승자인 박신양과 경제적 무능력자인 이동건 중의
한명을 결정하는 순간에 다가간다.
드라마는 역시나 경제적 승자인 박신양을 선택하게 만든다.
사실 그 과정에서 굳이 박신양을 선택할 개연성은 적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동건을 선택하면 이야기가 별로 안되는데......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비슷한 문화를 향유하는 이동건보다는
자신과 다른 문화와 경제적 상황을 향유하는 박신양을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다.
이 점에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전형적 '아가씨'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가 '로또'를 마다하겠는가.......

결말 역시 이러한 사회적 난관의 '탈출구'로
박신양과의 해피엔딩으로 끝내고 있다.
이 드라마 자체는 이러한 불쌍한 아가씨들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그러니까 여자들이 미첬던 것이 아닐런지......

어쨌든 중간중간의 에피소드에서 옛날을 떠올리게 된다.
몇 년전 어떤 여자와 오페라 '아이다'를 보러 갔었는데
나오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나는 물론 그런게 어딨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연애를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박신양의 행동을 보면 어이없는 실소를 자아내곤 했다.

from http://www.cyworld.com/firethun (200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