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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1. 20:49

정운영, [시선 - 정운영 선집](2015), 생각의힘(총 336페이지)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5585161&orderClick=LEa&Kc=

 

시선 - 교보문고

정운영은 마르크스 경제학자, 경제평론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며 좌우를 막론한 최고의 논객이자 당대의 문장가로 호명되었던 인물이다. 『시선』은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www.kyobobook.co.kr

 

지난주 한글날 연휴에 보기 위해서 오랜만에 책 한 권 구입했다.

[시선 - 정운영 선집](2015, 생각의힘)

 

제대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며칠전까지 신문에 실린 글을 잘 보고 있던 어느날

뜬금없는(?) 부고를 접한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얼마전 페이스북의 [스브스 뉴스]에 실린 선생님의 이야기를 보고 선집이 출간된 사실을 알게 되어 장만했다.

책 내용은 이미 나왔던 글들이기 때문에 조정래 선생의 추모사 외에 새로운(?)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0년 이상 오래된 글이지만 사람을 새롭게(?) 하는 힘은 아직도 넘친다.

 

글을 보면서 옛날 생각을 하게 된다.

중고등학교까지 책읽기를 싫어했던 내가 그래도 항상 사서 보던 책이 라디오 칼럼을 모아 출간한 [홍사덕 칼럼]이었다.

당시 민정당 시절 그래도 '젊은피'랍시고 관심을 받던 인물이었는데......

'애국소년'(?)의 시각에서 '논리적'(?) 이야기 전개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애국소년'이 대학에 입학하여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으며 변했는데 

그때 접하던 글이 과방에 굴러다니던 [한겨레신문]에 실린 선생님의 글이었다.

그런데 사실 당시에 선생님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어린 나이와 갓 성인이 된 패기(혹은 오만, 객기) 때문인지 

이전에 보던 글과는 달리 너무 철두철미하게 씌여진 글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되었다.

그 '논리성'과 '미려함'을 공격할 방법을 찾지 못하여 '비겁하다'고 '비난'(?)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의식있는(?) 학생들이 그래도 들어야한다는(?) '마르크스경제학'과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을 수강하게 되었다.

두 학기동안의 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의 능력에 '시기질투'하는 학생으로 수업에 임하게 되었다.

쉬는시간에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선생님께서 오셔서 담배 한 대를 달라고 하신 것이 

종강 때까지의 '담배조공'(?)의 시작이었다.

 

통성명을 한 적은 없지만 '혈연, 지연, 학연보다 강하다는 흡연'으로 이어진(?) 관계라서 그런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 와중에 '시기질투'는 '경외'로 바뀌어 갔다.

선생님의 인생사를 듣다보니 역경을 헤치고 일관된 길을 가시는 모습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옛 추억에 잠길 때 두 가지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찼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당시 교재로 쓰던 [노동가치이론 연구]에 싸인이라도 받으려고 선생님께 갔는데

일군의 학생들이 내 앞을 가로질러 선생님께 갔다.

다들 보니 수강취소 마감 때라서 수강취소하기 위해 선생님께 싸인을 받으러 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어 선생님께 책을 내밀었더니 

'뭐하자는건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선생님, 책에 싸인해주세요."

선생님께서 어이가 없으셨는지 웃으시면서 싸인을 해주셨다.

책을 건내주시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내가 스타냐?"

그래서 "네"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수업시간에 당시 스포츠 스타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것을 개탄하시면서

'지식인이 스타가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나중에 선생님께서 TV에 나오실 때 다시 여쭈어 본적이 있었다.

"선생님, 이제 스타가 되신 것 같습니까?"

선생님께서는 그냥 미소만 지으시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언론에 많이 노출되고 있기는한데......

어찌 예전에 비해 영향은 줄어든 것 같다.

'공급'이 많아져서 가치가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각 정파별로 '자기들만의 스타'라서 그런 것인지.

10여년 전보다 '상대적 가치'가 더 떨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든 다른 한 가지 생각은 

옛 추억 속에서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단편적으로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담배를 피우면서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과의 대화들이 단편적으로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은

내가 당시 사람을 대할 때 '성실하고 치열하게' 대하지 않았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이미 이세상에 계시지 않는 분이기 때문에 그 '죄송함'이 계속 머리속을 아프게 쑤시고 다닌다.

 

<2015년 10월 17일 페이스북에서 작성>

 

<2020년 7월 11일에 덧붙임>

벌써 올해가 정운영 선생님께서 가신지 15주기가 되는 해이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